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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ud Log] 우붓 살기와 여행

싯다르타 한 권이 이어준 인연, 우붓에서 시간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다

by 리얼요가맘 2026. 1. 15.

우드스쿨 주변 숙소


“엄마, 나 이제 우붓이 좋아졌어”
아침에 자림이가 말했다.
우드스쿨이 재미있다며, 이제 우붓 생활이 익숙해졌다고.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낯선 땅에서 버텨온 아이가 드디어 이곳을 자기 자리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엄마로서 이보다 더 안심되는 말이 있을까.

매일 등원시켜주는 와얀아저씨


등교는 숙소 아저씨께서 스쿠터로 해주셨다.
나도 그랩 오토바이를 타고 요가반으로 향했다.
어느새 이 루틴이 자연스럽다.
수업을 확인하고, 등록하고, 매트를 깔고. 오늘은 10시 30분 빈야사 요가.




책 한 권이 만들어 준 인연

요가반 돌입장권(?)


수업 시간까지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다가왔다.
“한국분이세요?”
내가 들고 있던 책을 보고 알았다고 했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한글로 된 책 표지가 나를 대신해 자기소개를 해준 셈이었다.

그분은 매년 발리를 두 번씩 온다고 했다.
요가반을 손바닥 보듯 알고 계셨다.
오늘 빈야사 수업 선생님도 좋다며 본인도 같이 듣는다 했고, 다른 추천 선생님도 몇 분 알려주셨다.

매일이 새로운 만남이다.
그런데 신기한 건, 여기서 만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편안하게 느껴진다는 것.
아마 요가를 사랑하고, 이 공간에 푹 빠져 있는 사람들이라 그런 걸까.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설명이 필요 없는 연결고리가 있다.


우연이 겹치는 곳

요가반카페에서 요거트볼


수업을 마치고, 아까 만난 분이 알려준 장소들을 구글맵에 저장하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숙소 옆방에 있다가 다른 곳으로 옮기신, 자림이 우드스쿨 동생 엄마였다.
요가를 하시는 분이 아닌데 요가반에서 만나다니.
다른 우드스쿨 엄마를 따라 요가하러 왔다고 했다.
결국 우드스쿨 엄마 두 분과 함께 요가반 카페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수업을 같이 들었다.
우붓은 이런 곳인 것 같다.
우연이 겹치고, 인연이 쌓이고, 혼자 온 여행이 어느새 함께하는 시간이 되는 곳.


깊은 곳으로 빨려 들어가다

Sacres Sounds Meditation_Agustain Supriatna 명상수업. 목소리와 악기가 흐르면 누워서 편히 쉬면된다.


오후 수업은 명상 요가였다.
음악과 목소리, 다양한 악기를 이용해 한 시간 동안 누워서 명상하는 수업.
사운드 힐링에 가까웠다.

누워서 눈을 감았다.
음악이 흘러나왔다.
처음에는 소리를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 경계가 흐려졌다.

잠이 든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생각을 한 것도 아니었다.
어딘지 모를 깊은 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
알 수 없는 공간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은 감각.

싯다르타가 떠올랐다.
세속의 삶을 살다가, 다시 예전의 길로 돌아가는 여정에서 깊은 잠에 빠지는 장면.
“어찌나 깊이 잠들었는지, 마치 십 년쯤 지나가 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오늘 내가 경험한 것이 그런 것이었을까.
시간이 사라지고, 공간이 사라지고, 나만 어딘가에 잠시 머물렀다 돌아온 느낌.
이 경험은 요가 노트에 따로 정리해야겠다.
지금 당장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우붓의 하루는 예측을 벗어난다

우드스쿨 하교시간. 원을 그린다


명상을 마치고 엄마들과 함께 우드스쿨로 아이들을 데리러 갔다.
차가 많이 막혀 각자 그랩 오토바이를 불렀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자림이가 택시를 부르자고 해서 그랩 택시를 호출했다.
그런데 기다리는 사이, 숙소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학교로 오신 것이다.
“어, 저희 택시 불렀어요.”
아저씨는 웃으며 혼자 숙소로 돌아가셨다.

그런데 택시가 오지 않았다.
앱에는 2분 거리라고 떠 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전화도 받지 않았다.
비는 점점 세지고, 결국 문자로 취소를 알리고 호출을 취소했다.

한차례 비가 지나가고, 잦아든 틈을 타 걸어서 숙소가는 길


우산을 들고 걸어서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간식을 사고, 젖은 신발로 숙소에 도착했다.

 

 

리얼요가맘 팁

·요가반 수업 팁: 현장 등록 시스템. 예약 불가능하니 인기 수업은 30~40분 전에 가서 대기하세요.
·우붓 그랩: 비 오는 날이나 정체 시 '노쇼'가 빈번합니다. 갑작스러운 비에 대비해 우비나 우산은 필수입니다.

  

비오는 날 숙소에서 과자먹으며 책읽기 딱 좋아

 


우붓의 하루는 늘 예측을 벗어난다.
계획대로 되는 일이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게 싫지 않다.
오히려 그 예측 불가능함이 여행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리얼요가맘 note: 우붓 한달살기 기록(인연과 명상편)

  • 오늘의 한 줄 - "엄마, 나 이제 우붓이 좋아졌어." 낯선 땅에서 일주일을 버텨낸 아이가 드디어 이곳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 책이 건넨 자기소개 - 손에 든 '싯다르타' 한 권이 나를 대신해 인사를 건넸다. 요가를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의 연결고리, 우붓은 우연이 인연이 되고 혼자가 함께가 되는 마법 같은 곳이다.
  • 시간이 사라지는 경험 - 명상 중 마주한 깊은 곳. 잠도 아니고 생각도 아닌 묘한 공간에 머물다 돌아온 감각. 마치 십 년쯤 지나버린 듯한 평온함 속에 나를 온전히 맡긴 시간이었다.
  • 2주 차에 머무는 마음 - 계획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하루지만, 이제는 그 예측 불가능함조차 여행의 일부로 기쁘게 받아들일 만큼 이곳이 편안해졌다.

 

내일은 또 어떤 우연이 기다리고 있을까.